이동순 교수 옛노래 칼럼

이동순의 그 시절 그 노래⑵한명숙의 ‘우리 마을’ 2016-07-08 농민신문

가포만 2016. 12. 12. 14:08

흘러간 모든 추억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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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한명숙


1970년대 초반, 새마을운동 열풍이 전국을 휩쓸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 무렵에는 라디오와 TV에서 가수 한명숙의 노래 ‘우리 마을’이 날이면 날마다 흘러나왔습니다. 특히 밤이 이슥하게 깊어갈 때 이 노래의 울림과 여운은

매우 아련하고 사랑스러운 파장으로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수양버들이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 하늘하늘 물동이 이고 가는 처녀 / 치맛자락 하늘하늘 / 푸른 호박이 주렁주렁 초가지붕에 / 주렁주렁 일하는 총각 이마에는 / 땀방울이 주렁주렁 / 우리 마을 살기 좋은 곳 / 경치 좋고 인심 좋아 / 봄가을엔 오곡이 풍성 / 주렁주렁 너울너울 무르익어요 / 밤이 깊으면 소곤소곤 저마다 별이 / 소곤소곤 앞집 처녀와 뒷집 총각 / 냇가에서 소곤소곤

 
밤하늘의 별들까지도 소곤거린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 노랫말에서

‘소곤소곤’하는 대목의 느낌은 농촌마을의 아늑함·평화스러움, 전통적

농경문화가 빚어내는 삶의 조화로움까지도 환기시키는 특별한 효과를

자아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은 안타깝게도 농경시대에서 산업화시대로

옮겨가던 전환기였으므로 세월이 갈수록 이 노래에 대한 애착은 더욱

살뜰했습니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옮겨가는 이주민이 급격히 증가하던

시절이라 옛 추억을 떠올리던 유용한 도구로 이 노래는 몹시 각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수양버들이 우거진 방천 냇가, 농촌 청춘남녀들의 싱그럽고

근면한 모습 등이 어우러진 한 폭의 한국화(韓國畵)로 우리들의 기억 저편에 깊이 갈무리되도록 이끌었지요. 

가수 한명숙은 1935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시기에 가족과

함께 월남했습니다. 1953년 미8군 무대를 통해 가수로 데뷔했지요. 한명숙의

일생일대 최고 대표작은 단연 손석우 작사·작곡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1961)’입니다. 이 노래는 동남아로도 진출했던 한류가요 제1호에 해당됩니다. ‘우리 마을’도 작곡가 손석우 선생이 직접 가사를 쓰고

 작곡까지 했습니다.

1960년대 우리 농촌, 맨발에 고무신 바람으로 산에 올라 지게에 나뭇짐을 잔뜩 지고 내려오던 추억이 있습니다. 집에 오면 돼지에게 죽부터 주었고,

곧 쇠여물을 끓였습니다. 학교에 다녀와도 부모님 일 거드는 게 먼저였고,

고단한 몸으로 밤이면 호롱불 밑에 웅크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힘들게

숙제하던 추억들이 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허리가 활처럼 휘고 뼛골이

부서지도록 자식들을 위해 고생하던 부모님께서는 이제 돌아가셨거나

혹여 생존해 계시더라도 대개 노환으로 누워 계십니다.

흘러간 모든 추억은 아름답다는 말이 있지만, 그토록 힘겹던 지난 시절의

일들도 돌이켜보니 놀랍게도 아련하고 향기롭네요. 그 힘든 시간을 잘 참고

이겨왔기에 오늘처럼 이렇게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동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