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드라마 영화 주제가 모음

그리움은 가슴마다/백설희 1959(?) 동명 영화 주제가

가포만 2015. 8. 15. 10:55

 

 

20세기 전반 최고의 대중가요 작곡가로 꼽히는 박시춘이 영화에 뜻을 두고 설립한 오향영화사, 그 세 번째 작품으로 1959년에 개봉된 <가는 봄 오는 봄>(권영순)은

1960~70년대를 풍미한 스타 가수 남진이 배우로서 다섯 번째 출연한

영화 <그리움은 가슴마다>(장일호, 1967)의 원작이다.


언뜻 보아서는 제목이 서로 다르니 리메이크 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지만 <가는 봄 오는 봄> 포스터나 광고를 보면 제목 아래 붙은 ‘일명 그리움은 가슴마다’라는 작은 글씨의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8년 만에 다시 만들어져 상호 비교가 가능한 두 영화, 과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가는 봄 오는 봄>은 현재 필름이 남아 있지 않아 시나리오만 확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엄밀하게 같은 선상에서 <그리움은 가슴마다>와 비교하기는 좀 어렵다.

하지만 같은 영화임을 알 수 있는 판박이 대사가 시나리오와 영상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이 보인다(두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가 같은 인물, 최금동이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대사 외에 출연진에서도 재미있는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주연 배우는 모두 교체됐으나 주요 조연 배우는 그대로 다시 등장한다. 여주인공의 은사 역은 두 작품 모두 허장강의 몫이었고, 남주인공의 친구 역시 모두 이대엽이 맡았다. 원작 남주인공인 최무룡(1928년생)과 리메이크작의 남주인공 남진(1946년생)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은 이대엽(1935년생)의 나이가 그의 재기용에 큰 보탬이 됐을 것이다.

조연과 달리 배우가 바뀐 주연에서는 문정숙 김지미의 변화보다 최무룡 남진의 변화가 아무래도 눈에 더 들어온다. 이미 지명도 있는 배우로서 주연을 맡았던 다른 세 사람과 달리, 남진은 전작(이라고는 하지만 개봉 시점으로 보면 <그리움은 가슴마다>에 비해 불과 1~3개월 앞설 뿐이다)이 네 편 있다고는 해도 역시 뭔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신인이었다. 그가 연극영화과 출신인 데다 가수 이전에 배우를 지망했다고는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불안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신경을 쓴 듯 안 쓴 듯 은근한 그의 ‘가슴팍 노출’은 그런 점에서 연기의 미진함을 고려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느낌을 준다.

음악으로 느껴지는 두 영화의 차이
나름대로 풍성한 음악을 앞세운 작품들이었던 만큼(<그리움은 가슴마다>는 뮤지컬로 분류되어 있다) <가는 봄 오는 봄>과 <그리움은 가슴마다>에서는 연기 못지않게 음악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작의 음악은 제작자이기도 했던 박시춘의 작품, 리메이크작의 음악은 선배 박시춘을 능가하는 20세기 최고의 대중음악가로 평가받는 박춘석의 작품이다.

박시춘이 작곡한 원작의 주제가는 ‘살고 보세’ ‘그리움은 가슴마다’ ‘가는 봄 오는 봄’이고, 그에 대응하는 박춘석의 주제가는 ‘잘 살아 보자’ ‘그리움은 가슴마다’ ‘애수 일기’. 묘한 것은 원작이든 리메이크작이든 세 곡 가운데 영화와 제목이 같은 주제가, 즉 ‘가는 봄 오는 봄’과 ‘그리움은 가슴마다’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주제가 ‘홍도야 울지 마라’에서 볼 수 있듯 영화 제목과 성공한 주제가 제목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 것이니, 실로 종잡을 수 없는 것이 흥행의 방향이기는 하다.

작곡가들 외에 주제가를 부른 가수 백설희와 이미자는 노래 연기를 책임졌다는 점에서 그들 못지않은 영화 음악의 주역이었다. 김지미의 경우 노래를 소화하기가 워낙 곤란하다는 것이 이미 공지의 사실이었기에 이미자의 노래 대역이 이상할 것 없지만, <꿈은 사라지고> 주제가 녹음 등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문정숙에게 노래 대역을 붙인 것에는 고개가 다소 갸웃해지기도 한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1955년 <물새 우는 강언덕> 이후 많은 영화주제가를 함께 만들어온 애제자 백설희에 대한 박시춘의 신뢰가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수로 보아서는 이른바 ‘트로트’의 대명사인 이미자보다 ‘봄날은 간다’를 부른 바 있는 백설희의 세미클래식 분위기가 뮤지컬에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는데, 영화 전반으로 보아서는 ‘그리움은 가슴마다’가 그나마 신파적인 ‘트로트’ 느낌에서 좀 더 벗어나 뮤지컬 분위기를 살리고 있는 듯하다. 박춘석의 히트작 ‘황혼의 엘레지’ ‘바닷가에서’ 등이 주제가 외 배경음악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고,연기력은 좀 그렇다 하더라도 남진의 ‘젊은’ 음악이 또 신선함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가는 봄 오는 봄’의 음악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던져본 객쩍은 추측이기는 하다.

]

<이준희 님의 글>


 영화주제기 최금동/박시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