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교수 옛노래 칼럼

이동순의 그 시절 그 노래⑸고복수의 ‘타향살이’ 2016-08-05 농민신문

가포만 2016. 12. 13. 18:31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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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고향은 지금 어떤 의미일까요?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이 고향인지, 아니면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 고향인지 뚜렷하게 분간이 가질 않습니다. 고향이란 두글자를 입으로 중얼거리노라면 머릿속에는 이른 새벽 희부연 안개 속에서 농부가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는 광경이 먼저 떠오릅니다. 더불어 다정함·그리움·안타까움 등의 감정으로 이어지면서 고향은 이미 인간의 내면에서 굳게 자리 잡은 하나의 시간과 공간이자 불변의 마음입니다.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이 고향은 인간의 삶이 타향 객지에서 고통에 시달릴 때 더욱 사무치게 다가오는 곳입니다. 그 고향에는 태어나서 이날까지 눌러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번 떠나 영영 돌아가지 못하는 불운한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민족사는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전쟁의 모진 참화, 국토분단 따위로 말미암아 가족이 고향에서 평화롭게 살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타관으로 떠나서 일생토록 고향을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도록 했습니다. 정치·경제의 힘도 그것을 능히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고향이란 두글자는 무딘 나무칼로 창자를 토막토막 썰어내는 듯한 단장(斷腸)의 아픔으로 살아가도록 하지요.

 분단으로 인해 고향에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가야만 한다는 회귀의식(回歸意識)으로 평생을 살아온 분들이 월남 실향민, 혹은 탈북 실향민들입니다.   

1934년 오케레코드사는 경남 울산 출생의 키다리 가수 고복수(高福壽·1911~1972)가 부른 ‘타향살이(원제목 ‘타향’)’란 노래를 음반으로 내놨습니다. 이 가요곡은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전체 한국인들의 삶과 일상을 이날까지 흥건한 눈물 속에 잠기도록 했지요. 특히 만주·시베리아로 떠나가서 돌아올 기약 없이 살아가는 실향 동포들에겐 너무도 절절히 가슴을 사무치게 하는 노래였습니다.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고 또 부르고, 기어이 끝을 맺지 못하고 처절한 흐느낌으로 변할지라도 이 노래는 줄기차게 이어졌습니다. 야릇하게도 이토록 슬픈 노래를 한바탕 부르고 나면 갑갑하던 속이 한결 시원해지고, 어둡고 우울하던 그늘이 반감되는 듯한 해소 효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복수의 파들파들 떨리는 듯 애환에 듬뿍 젖은 성음도 들을 만하지만, 후배가수 한영애가 오뉴월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밤, 무논에 직접 맨발로 들어가서 무반주로 녹음한 ‘타향살이’도 들을 만합니다.

타향살이 몇해런가 손꼽아 헤어보니/고향 떠나 십여년에 청춘만 늙고//부평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호들기를 꺾어 불던 그때는 옛날// 타향이라 정이 들면 내 고향 되는 것을/가도 그만 와도 그만 언제나 타향

 -고복수의 ‘타향살이’ 전문

 이동순<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