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교수 옛노래 칼럼

이동순의 그 시절 그 노래(17)박재홍의 ‘비 내리는 삼랑진’ 2016-10-26 농민신문

가포만 2016. 12. 17. 10:34

대장부 가는 길…하늘도 눈물을 흩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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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남성으로서 군대에 다녀오는 것은 국민적 의무입니다. 하지만 입대(入隊)의 과정은 달갑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6·25전쟁 때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그 불안감이 작용해서 살아 돌아오기 힘든 곳이란 왜곡된 통념마저 생겨났던 것입니다. 당당하게 훈련소로 들어간 청년들이 절대다수였지만 발버둥을 치며 거부하던 사례도 적지 않았지요. 이 때문에 부모들은 훈련소 앞까지 동행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입대 날 추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시겠지요.

 1954년 서라벌레코드사에서는 농촌청년의 군 입대 장면을 담은 흥미로운 노래 하나를 취입, 발표했습니다. 바로 ‘비 내리는 삼랑진(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 박재홍 노래)’입니다.

삼랑진 출신의 복돌이라는 청년이 입대통지서를 받고 떠나는 날입니다. 정들었던 가축들과 먼저 인사를 나눕니다. 사랑하는 애인 옥분이와는 이미 어젯밤 작별인사를 몰래 나누었네요.

집결지인 삼랑진역에는 오늘 따라 가랑비가 부슬부슬 뿌립니다. 눈물을 머금으신 어머니께서는 무려 50리가 넘는 길을 배웅해주러따라오셨습니다. 드디어 입영열차는 기적을 울리며 떠나갑니다. 삼랑진역에서 손을 흔드시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아른아른합니다. 한폭의 그림이네요. 이 노래는 1950년대 한국인들의 군 입대와 관련된 삶의 풍속도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추밭의 복실이도 오양간의 송아지도/ 잘 있거라 하직하고 복돌이는 떠나는데/ 어머님은 무명수건 눈물을 적시면서/ 아들 따라 오십리 길 한사코 오시었소// 옥분이의 손을 잡고 목 메이던 그날 밤은/ 가랑비만 소리 없이 옷소매를 적시었네/ 염낭줌치 쥐어주며 돌아선 우물터에/ 수양버들 이파리도 눈물을 흘리었소// 비 내리는 삼랑진에 정거장도 외로운데/ 소리치는 기관차는 북쪽으로 달려간다/ 대장부의 가는 길에 비 온들 눈이 온들/ 어머님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으련다

 -박재홍의 ‘비 내리는 삼랑진’ 전문

이 노래가 담고 있는 고유의 정서는 이후 ‘바로 그날 밤(신세영·1954)’ ‘입영전야(최백호·1977)’ ‘입영열차 안에서(김민우·1990)’ ‘이등병의 편지(김광석·1993)’ 등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동순<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