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교수 옛노래 칼럼

이동순의 그 시절 그 노래(18)이은파의 ‘앞 강물 흘러 흘러’ 2016-11-02 농민신문

가포만 2016. 12. 17. 10:36

삶에 닥친 풍파와 불행 헤쳐나가던 어머니의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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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없이 흐르는 강물은 무엇과 비견될까요? 유구한 역사, 도도한 세월, 가슴 속의 한! 강물은 이런 것들과 잘 맞아떨어지는 공간입니다. 평온한 듯 보이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강물의 표정은 매우 다양하기만 합니다.

 우리 민족의 삶의 밑자리는 항시 뒤로 산을 두르고, 앞으로는 시냇물이나 강물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터전이었습니다. 우리는 유구한 민족사의 과정을 거쳐 오면서 온갖 고통과 시련을 겪으며 불안정한 삶을 살았습니다. 남정네들은 타관객지로 떠돌며 귀향의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가장이 없는 집안의 모든 일을 혼자서 떠맡아야만 했던 여인네들은 마을 앞을 흐르는 강물이 그야말로 피눈물의 강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이루 형언할 길 없는 삶의 굴레 속에서도 이 땅의 어머니들이 온몸으로 부르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바로 ‘앞 강물 흘러 흘러(김능인 작사, 문호월 작곡, 이은파 노래)’입니다. 누구를 향해 부르는 탄식인지 피눈물인지 뚜렷하지 않지만 이 땅의 어머니들은 이 노래를 홀로 방에서, 마루에서, 때로는 부엌에서 울먹임에 젖은 목소리로 창(唱)인 듯 민요인 듯 부르셨던 것입니다.

 어머님이 부르시던 ‘앞 강물 흘러 흘러’는 삶에 밀어닥치던 온갖 불행과 풍파에 결코 지치지 않고 그 모든 난관을 헤쳐가던 신음소리였던 것이지요.

 이런 사연을 껴안고 있는 노래는 뛰어난 작사가 김능인이 가사를 썼고, 문호월이 멋진 곡조로 엮었으며, 이은파는 기가 막힌 민요조의 음색으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한편의 절창(絶唱)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앞 강물 흘러 흘러 넘치는 물로도/ 떠나는 당신 길을 막을 수 없거늘/ 이내 몸 흘리는 두줄기 눈물이/ 어떻게 당신을 막으리오// 궂은비 흐득이니 내 눈물방울/ 밤빛은 적막하다 당신의 슬픔/ 한 많은 이 밤을 새우지 마오/ 날 새면 이별을 어이하리// 홍상을 거듬거듬 님 앞에 와서/ 불빛에 당신 얼굴 보고 또 보면서/ 영화로 오실 날을 비옵는 내 마음/ 대장부 어떻게 믿으리까

 - 이은파의 ‘앞 강물 흘러 흘러’ 전문

 이동순<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