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교수 옛노래 칼럼

이동순의 그 시절 그 노래(21)배호의 ‘능금빛 순정’ 2016-11-23 농민신문

가포만 2016. 12. 17. 10:41

수줍게 고개숙인 능금, 내맘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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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그립거든 손짓을 해요/ 말 못할 순정은 빨간 능금알/ 수줍어 수줍어

고개 숙이다/ 조용히 불러주는 능금꽃 사랑// 사랑을 따려거든 발돋움해요/ 꽃바람 치면은 빨간 능금알/ 외로워 외로워 눈물 흘리다/ 말없이 떨어지는 능금빛 순정

 -‘능금빛 순정’ 전문


능금과 사과는 어떻게 구분될까요? 어린 시절부터 듣기로는 능금이란 말이 임금(林檎)에서 왔고, 사과(沙果)는 능금과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능금, 즉 사과가 아름답고 탐스럽게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예전 한반도에서 사과의 주산지는 남쪽의 대구(大邱)와 북쪽의 황주(黃州)였습니다.

하지만 근년에 접어들며 국토와 환경의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사과의 주산지는 경북 청송·영주·봉화, 충북 옥천·영동을 비롯해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대구 근교의 동촌·반야월·경산·청천·금호·영천 일대는 온통 사과밭으로 가득했습니다. 완행열차가 역에 잠시 머물면 그물망태 속에 능금을 넣어서 엮어 들고 다니며 팔던 장사치들의 떠들썩한 광경들이 떠오릅니다.

그 시절에는 능금을 테마로 한 노래들도 많이 나왔었는데요. 대다수의 능금 노래들은 1960년대에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대구와 경북의 능금 산지가 작품의 공간 배경을 이루었습니다.

  ‘능금나무 밑에서’(현인, 1958), ‘나는 능금’(김상희, 1967), ‘능금이 익을 때’(문주란, 1968), ‘능금 파는 아가씨’(차은희, 1968), ‘능금 같은 사랑’(박재란, 1968), ‘능금나무집 아가씨’(최유진, 1968), ‘능금꽃 피는 마을’(임화춘, 1968), ‘능금꽃’(송춘희, 1969), ‘빨간 능금’(후랑크 백, 1969), ‘능금꽃 피는 고향’(패티김, 1971), ‘능금나무’(박건, 1971), ‘능금 아가씨’(은방울자매, 1971) 등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여러 능금 테마 노래들 가운데 배호가 불러서 크게 히트했던 ‘능금빛 순정’(조방 작사, 배상태 작곡)은 수줍은 사랑을 능금에 비유해 심금을 울립니다.

수확의 계절에 불러보는 능금 노래들은 우리 가슴속에 사랑과 순정, 추억과 삶의 의욕, 고독과 생기로움 따위를 다시금 음미하도록 하는 아름다운 효과로 되살아날 것입니다.

 이동순<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