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교수 옛노래 칼럼

이동순의 그 시절 그 노래(23)김용환의 ‘낙동강’ 2016-12-07 농민신문

가포만 2016. 12. 17. 10:44

빼앗긴 땅의 슬픔과 애달픔 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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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아래 칠백리 낙동강 저 너머로/은혜로운 봄바람 한가로이 불어들 때/구포의 물레방아들은 언제까지 우시나요//창포 밭에 저 비석 제비 똥 가득한데 밭고랑에 청기왓장 간장을 끊는구나/구포의 물레방아들은 언제까지 우시나요//봄철마다 들리는 아름다운 노래여/ 만백성을 기르는 영원한 어머니다/그대의 젖꼭지에 세월은 흐릅니다.

 - ‘낙동강’ 전문



 낙동강가에는 자전거길을 닦아 놓아서 자전거를 타고 즐기기에 좋습니다. 이른 새벽, 구포에서 출발하여 삼랑진까지 달리노라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절경입니다. 수천 년을 흘러온 낙동강, 피어오른 물안개, 숲을 이루는 갈대, 고목의 자태를 뽐내는 물버들, 어린 것들을 데리고 헤엄치는 물떼새 가족, 어느 하나도 어여쁘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강원 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장장 525㎞를 흘러가는 낙동강은 우리나라에서 압록강 다음으로 길다고 합니다. 낙동강은 그야말로 ‘만백성을 기르는 영원한 어머니’였습니다. 세월의 영화와 오욕을 낙동강은 생생하게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하여 낙동강은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흐르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압제로 고통을 겪고 있던 1933년, 폴리돌레코드사에서는 ‘낙동강’(왕평 작사, 김용환 작곡, 김용환 노래)이란 노래를 발표했습니다. 유장하면서도 비감하고, 장엄하면서도 애달픈 느낌을 자아내는 멋진 분위기였습니다.

 함경남도 원산 출생의 걸출한 대중음악인으로 싱어송 라이터였던 김용환(사진·龍煥, 1909~1949)이 곡을 붙이고 직접 노래까지 불렀습니다. 그는 워낙 다재다능하여 작사·작곡·가창까지 두루 솜씨를 뽐냈는데, 이 음반을 현재 구할 길이 없습니다. 이인권·김정구 등의 후배가수가 ‘낙동강 칠백리’란 제목으로 바꿔 부른 음반을 통해 겨우 원곡의 느낌을 떠올릴 수 있을 뿐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낙동강 종주 길을 달리노라니 어찌 그리도 가슴이 쓰라리고 애달픈 감정으로 꽉 메어 오는지요. 우리는 흘러간 한때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고 모진 시련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제 그 국토를 되찾았으나 현재 우리가 되찾은 국토의 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인지요? 따갑고 아픈 반성의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찬찬히 가사를 음미해 보셨으면 합니다.

 이동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