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교수 옛노래 칼럼

이동순의 그 시절 그 노래(24)손인호의 ‘한 많은 이북고향’ 농민신문 2016-12-14

가포만 2016. 12. 17. 10:46

북녘고향 애타게 그리워하는 늙은 가수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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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을 넘나드는 뜬구름아 물어보자/ 낙동강 칠백리에 봄이 왔는데/ 대동강 능라도에 봄이 왔더냐/ 고향아 내 고향아 너를 위해 내가 운다

 ―‘한 많은 이북고향(김문응 작사, 나화랑 작곡)’의 1절

가수 손인호(孫仁鎬, 1927~2016)는 월남실향민이었습니다. 평북 창성에서 태어났고, 수풍댐 건설로 수몰민이 된 일가족은 중국 창춘으로 떠나가서 살았지요.
그러다가 해방이 되어 돌아왔고, 평양에서 열린 관서(關西) 콩쿠르대회에

출전해 1등으로 뽑혔습니다.

6·25전쟁 전에 남쪽으로 내려와 김해송(海松)이 이끌던 K.P.K.악단 및 부길부길쇼의 전속멤버로 활동하다가 생계를 위해 직업을 영화녹음기사로 바꾸었습니다. 그가 녹음에 참여한 영화작품만 무려 4000편이 넘는다고 하니, 가히 한국영화사의 산증인입니다.

하지만 가수의 꿈을 접지 않고 기회를 엿보던 중 1953년 작곡가 나화랑(花郞)에게 ‘함경도 사나이(손로원 작사)’를 받아 히트시키며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탁월한 가창력으로 많은 가요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150여편의 가요를 취입했지만, 그가 가슴이 메도록 절규(絶叫)의 창법으로 불렀던 노래들은 떠나온 북녘고향과 실향민의 심정을 다룬 가요작품들입니다.

실향민테마 노래들은 ‘간 곳마다 괄세더라’ ‘경원선 기적소리’ ‘고향열차’ ‘국경선’ ‘귀향 제1일’ ‘대동강아 잘 있느냐’ ‘번지 없는 내 고향’ ‘북방 하늘’ ‘추억의 두만강’ ‘한 많은 대동강’ ‘한 많은 휴전선’ ‘함경도 사나이’ ‘향수의 부르스’ ‘흙냄새 고향’ 등 20편이 훨씬 넘습니다.

손인호의 최대 히트곡은 ‘비 내리는 호남선’ ‘나는 몰랐네’ ‘해운대 엘레지’ 등입니다. 그는 가요황제 남인수와 곧잘 비교가 됩니다. 남인수가 카랑카랑한 금속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손인호는 고음역(高音域)까지 쉽게 올라가면서도 부드러움과 안정감을 잃지 않는 가창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따라 부르기가 만만하지 않았다는 중평이 있습니다.

자나 깨나 떠나온 고향을 애타게 그리워하던 늙은 가수의 영혼은 한 많은 휴전선을 훌쩍 넘어 지금쯤 평북 고향집 부근 어딘가를 홀로 뜬구름처럼 서성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동순<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