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교수 옛노래 칼럼

이동순의 가요 이야기] 명문가의 막내였던 가수 설도식 2 매일신문 2014-02-20

가포만 2017. 1. 23. 17:07

대중가수로 활동하다가 기업인으로 변신했지만 성공 못 거둬

 
 
 

설도식은 1936년 11월 빅타레코드사 전속가수로 입사해서 가요계에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그의 첫 데뷔곡은 유행가 ‘애상의 가을’입니다. 설도식은 빅타레코드사에서 1938년 10월 그의 마지막 곡인 유행가 ‘헐어진 쪽배’를 발표하기까지 도합 22개월, 약 2년가량 전속으로 활동했습니다.


비록 활동기간은 짧았으나 그가 발표한 가요곡은 대부분 청년세대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청춘테마, 이별, 강제이민의 슬픔, 사랑의 구가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음색과 창법은 깔끔하고 단정하며 카랑카랑한 느낌을 주는데 듣기에 따라 일본식 엔카풍이 다소 느껴지는 점에서 흠결을 느끼게 됩니다.


설도식이 남긴 발표곡의 제목들은 ‘애상의 가을’, ‘가시옵소서’, ‘마지막 선물’, ‘여자의 마음’, ‘청춘행진곡’, ‘청춘비가’, ‘청춘도 한때’, ‘아리랑 춘경(春景)’, ‘기적이 운다’, ‘저 멀리 님 계신 곳’, ‘헐어진 쪽배’, ‘눈물 시른 기적’, ‘북국만리’, ‘달려라 호로마차’, ‘마도로스의 노래’, ‘아가씨여 술을’, ‘유랑 엘레지’, ‘청춘의 낙원’ 등 18곡입니다.


이 가운데 ‘애상의 가을’, ‘달려라 호로마차’, ‘헐어진 쪽배’ 등 3곡은 대중적 인기가 비교적 높아서 두 번씩이나 재판을 찍었습니다. 다시 찍은 음반까지 합한다면 설도식의 음반 수는 도합 21장입니다. 이 가운데서 ‘헐어진 쪽배’에 대한 레코드사의 광고를 보면 ‘단연 호평의 최근 걸작반(傑作盤)’이란 문구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너와 나는 이 세상의 외로운 쪽배/ 돛대와 삿대 잃은 외로운 쪽배

물결 따라 지향 없이 흘러가는 곳/ 저 바다 갈매기야 네가 아느냐

-‘헐어진 쪽배’ 부분


설도식 가요작품에 작사를 전담했던 작사가는 고마부, 이부풍, 강남월, 홍토무, 홍희명, 남북평, 김익균 등입니다. 작곡가는 전수린, 이기영, 나소운, 나경설 등이 맡았습니다. 이 가운데 작사가 고마부와 이부풍, 작곡가 전수린, 이기영 등은 설도식 노래에 각각 두 편씩 함께 활동했습니다.


작사가 김익균(金益均)은 시인 김광균(金光均)의 아우입니다.

작곡가 나소운(羅素雲)은 그 유명한 홍난파(洪蘭坡`1897∼1941)가 대중가요를

작곡할 때 사용한 예명입니다. 홍난파는 이 예명으로 설도식의 ‘마도로스의 노래’를 비롯해서

‘시골 큰 애기’(김복희), ‘유랑의 나그네’(이규남), ‘그리운 광한루’(김선초),

‘고원의 황혼’(이규남), ‘님의 향기’(손금홍), ‘애연송’(박향림) 등 여러 곡의 유행가를 작곡했다.

‘마도로스의 노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 멀리 안개 피는 수평선에서/ 오늘도 아츰 해가 솟아오른다

바다는 우리들의 영원한 고향/ 그렇다 엥여라차 호이 호호호이

불같이 타오르는 젊은 꿈을 싣고서/ 우리는 마도로스 바다로 가자

-‘마도로스의 노래’ 부분


옛 신문기사에 따르면 설도식은 1937년 6월 13일 저녁, 경성방송국(JODK)에 출연해서

 ‘청춘비가’ 등 7곡을 가창했습니다. 그러나 가수로서의 설도식과 그 명성은

대중들에게 크게 각인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설도식은 빅타레코드사에서 1938년 가을까지 전속가수로 활동을 하다가

홀연히 가요계에서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사업계에 투신을 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1945년 광복 직후

그는 조선광업회를 결성하고 위원으로 활동하는 한편 일본인소유 광산의

재편 문제와 조선광업의 재편성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습니다.


1947년 6월에는 삼익상사라는 기업체의 사장이 되었습니다.

1958년에는 범한무역공사 사장의 신분으로 정부 직할 기업 삼화제철을 인수했고,

이어서 1964년에는 인천제철주식회사를 발족시킵니다. 철강공업에

상당한 의욕을 갖고 한국제강 대표이사로 활동을 했지만

여러 악조건과 부실관리로 말미암아 모든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명문집안에서 기라성 같은 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식민지시대

중반에 대중가수로 활동하다가 이후 기업인으로 변신했지만 화려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중도에 좌절한 설도식의 실패한 삶과 그 발자취를 곰곰이 더듬어 봅니다.


영남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