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교수 옛노래 칼럼 192

[이동순의 가요이야기 .21] '찔레꽃'에 망향의 恨 담아낸 백난아 영남일보 2007-12-27

훈풍이 불어오는 오월, 산기슭이나 볕 잘 드는 냇가 주변의 골짜기에는 하얀색, 혹은 연붉은 빛깔의 꽃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어납니다. 그 이름도 정겨운 찔레꽃입니다. 가지는 대개 끝 부분이 밑으로 처지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 있습니다. 이 찔레꽃이여러 종류가 있다면 여러분..

[이동순의 가요이야기 .22] 孝의 참뜻을 가요로 일깨워준 진방남 영남일보 2008-01-10

중국의 칭다오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 기업체가 무척 많습니다. 어느 해 초겨울, 칭다오의 한국 교민을 위문하는 공연에 초청을 받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경복궁'이란 식당의 넓은 홀이 공연장이었는데, 초저녁부터 많은 교민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흘러간 옛 가요를 감..

[이동순의 가요이야기 .23] 미사의 노래'와 가수 이인권의 삶 영남일보 2008-01-24

함경북도 청진에서 출생한 가수 이인권(李寅權;1919∼73)은 6·25전쟁과 더불어 대구로 피란 내려와서 살았다. 이인권이 대구와 가졌던 인연은 그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었다. 오케레코드사 전국순회공연을 비롯해 KPK악극단 순회공연 때 종종 다녀간 곳이기도 했다. 이인권이 대구에 들를 ..

[이동순의 가요이야기 .24] 식민지 갇힌 삶을 노래한 신카나리아 영남일보 2008-02-14

한국가요사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가수들로서 나이 여든이 넘도록 장수한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생존인물로는 올해 93세의 나이로 단연 장수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야월(진방남), 갓 아흔을 넘긴 작곡가 이병주를 먼저 손꼽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수년 전 94세로 세상을 떠난 ..

[이동순의 가요이야기 .25] '진주라 천리 길' 을 불렀던 이규남

여러분께서는 '진주라 천리 길'이란 노래를 기억하시는지요? 낙엽이 뚝뚝 떨어져 땅바닥 이곳저곳에 굴러다니는 늦가을 무렵에 듣던 그 노래는 듣는 이의 가슴을 마치 칼로 도려내는 듯 쓰리고도 애절하게 만들었지요. 1절을 부른 다음 가수가 직접 중간에 삽입한 세리프를 들을 때면 그..

[이동순의 가요이야기 .26] "울려고 내가 왔던가∼" 전국민이 슬픔 머금었다 영남일보 2008-03-13

초창기 가수들의 소년시절 이력을 두루 살펴보면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 가수가 되기 위해 집안에서 돈을 훔쳐 달아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가슴 속에서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예술적 욕망과 그것을 전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냉혹한 환경 사이의 갈등과 괴리 때문..

[이동순의 가요이야기 .27] 신민요 '노들강변'을 부른 가수 박부용 영남일보 2008-03-27

겨울이 지나가고 대지에 따스한 봄기운이 감도는 무렵,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련한 노랫소리가 있습니다. '노들강변'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곡을 듣는 주변 환경이 낙동강이나 한강 주변이면 더욱 좋을 듯하고, 그 강가에는 물오른 버드나무가 파릇한 잎을 내밀기 시작하는 계절이..

이동순의 가요이야기 (28 끝) 30년대 홍도, 이 시대 오빠들도 영남일보 2008-04-17

다정한 벗들끼리 어울려 술판이 무르익는 밤이면 어김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런 날 부르는 이런저런 단골 곡목들이 많이 있지만 유독 이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이상야릇하게도 옛 학창시절의 교가를 합창하듯 자못 결연한 표정이 되어 '홍도..

李東洵 교수의 歌謠 이야기 (11)-고물상에서 찾아낸 金順男의 광복 기념 가요 월간 조선 2001년 12월호

고물상에서 찾아낸 낡은 음반 1980년대 후반의 어느 가을. 나는 충북 청주의 어느 고물상에서 낡은 음반을 뒤지고 있었다. 음반은 다른 허섭쓰레기들과 함께 고물상의 맨 구석에 쌓여 있었는데, 워낙 먼지가 많아서 건드릴 때마다 코가 매울 정도였다. 그 가운데서 나는 특이한 상표의 SP음..

李東洵 교수의 歌謠 이야기(10) - 「얼굴 없는 가수」 孫仁鎬 월간조선 2001년 10월호

낡은 전축과 LP판 4·19 혁명이 나던 무렵 나는 열 살의 소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생으로 어느 날 길가에 서서 도로를 메우고 숨가쁘게 달려가는 데모 군중을 보았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라본 그것은 하나의 성난 파도였다. 우르르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지축을 울..